고향에 가거든 - 최제순 시인

 시를 읽고 한남이 참여자가 쓴 글

내 고향에 가거든

이씨네 왕대밭 시누 대밭은

그대로 있는지

연 날리면 나도 모르게 서 있던

땅께 바위는 그대로 있는지

보고 오시오

하룻밤 귀뚜라미 소리 듣지 않아도좋으니

달은 그 달이며 해는 그대로 뜨는지

물어라도 보고 오시오

풀 냄새 가득 안고 방죽에 가서

훌랑 벗고 매곡은 하지 않아도 좋으니

물꼬에 붕어는 펄쩍 펄짝 살 수 있는지

수풀에 여치 소리 찌르륵 찌르륵 들리는지

돌담길 거닐며

알아보고 오시구려

 <고향에 가거든>

또랑물에 피래미는 놀고 있는지

폴짝 건너다 고무신 빠뜨려 우는 가시내는 없는지

하꼬방 개구멍으로 들쥐는 들락날락 하는지

부뚜막 솥뚜껑에 참기름내는 고소한지

솔밭 언덕빼기에 매달아 논 그네는

아직도 애들을 기다리는지

냇가에 옹기종기 모여 방망이질 하는 가시내가 있는지

다탄 연탄재를 이어나르며

일원씩 벌고있는 가시내는 있는지

다망구 놀이를 하는 동네 아이들은 잘있는지

온천지가 코스모스로 뒤덮인 학교길은 길고도 높은지

하얀 체육복을 입고 가을 운동회하러

설레며 걷고 있는 애들은 보이는지 보고 오시오

매운 바람 속에 가슴 맨 살 내어주시는

울 어머니는 웃으며 잘 계시는지

사랑한다고 전해주시오